[오늘의 詩壇]전서린 시-두만강 달
[오늘의 詩壇]전서린 시-두만강 달
두만강 달
전 서 린(연변대학 조문학부 전은주)
궤도를 잃은 별이 찰랑
수면우에 떨어지면
강은 몰래 밤을 깨운다
잠 설친 달 하나
몰래 강 건너면
또 한 페이지 적느라
강은 뒤척인다
아침이 오기까지 풀잎은
서러운 밤을 흘러흘러
말못할 사연의 이슬을 낳고
아득히 멀어져가는
발자국소리 들으며
다시, 강은
얕은 새벽잠에 빠져든다
<이 시를 말한다>
ㅡ가슴 뭉클하게 다가오는 아주 잘 된 한 편의 민족서정시다. 두만강을 통해 이민족의 애환을 보여주고 있는게 그것이다.
보라, 달이 두만강 수면 위에 비치며 물결 일으키는 형상을 탈북자에 비유했는데 이는 이제까지 두만강에
대한 시에서 볼 수 없었던 정황묘사를 아주 리얼하게 반추해 주고 있다.
참 미안한 말로, 중국 조선족시인들이 두만강에 대한 시 썼는 것을 많이 접했는데 대개 그대로
울분을, 설움을, 설명적인 말로 구호처럼 설명문처럼 토해 버리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긴장력이 떨어지고, 솔직히 시가 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산문도 안 되는 것이다.
시는 옷감으로 말하면 하나의 조직이다. 직조가 잘 되야 잘 짜여진 옷감이 되듯이 말이다.
<궤도를 잃은 별>이라든지 그 이미지와 상관관계를 이루며 <강은 몰래 밤을 깨운다> 그리고,
<잠 설친 달 하나 / 몰래 강 건너면> 여기서 주제가 뚜렷해 지는데 대단한 상징성을 띄고 있는가 하면
<또 한 페이지 적느라 / 강은 뒤척인다>로 의미상관 즉 옷감으로 말하면 직조를 잘 하고 있다.
여기에서 풀잎과 이슬이 또 배경이미지로 등장하는데 역시 실감을 자아낸다.
<아침이 오기까지 풀잎은 / 서러운 밤을 흘러흘러 / 말못할 사연의 이슬을 낳>는다고 했다.
마지막 연 <아득히 멀어져가는 / 발자국소리>에서 뭉클함이 배어나는데 이게 바로 탈북자의 끝없는
방황을 말하는 것이리라. 이용악시인의 시 <전라도 가시내> 끝부분이 생각나는데
이용악시인과 다름없는 민족의 방황정서를 잘 살려낸 완성된 수작이라 감히 말 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가 세월이 많이 흐르고 나면 우리 조선민족의 이민사 또는 어두운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아
시대의 등불이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런 시가 양수진의 끊어진 온성다리 앞에 두만강 마주보며 시비로 세워질 일이다.
전은주양이 고향이 도문 양수진으로 어린 시절 두만강을 건너오는 탈북자들을 많이 보았다 했는데
바로 시의 소재를 어디서 찾는가가 관건인데 자신의 삶의 주변에 있는 것이다.
아주 훌륭한 시에 나 역시 매우 흡족해 하는 것이다. 더욱 분발하기 바란다.
한국 대구시인학교의 경우,이은림 정이랑 이채운시인 등 한국시단에서도 그 이름이 드높았는데
이 아가씨들이 선생인 내게 19세에서 24세 사이에 이미 시공부를 해 좋은 작품 빚어
한국의 권위있는 모든 문학상을 휩쓸었다는 것을 안다면 투진하듯 매진해야 될 것으로 안다.
역시,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다. 한시라도 다른 데에 눈돌릴 틈이 없다고 생각하고 매달려야
나중에 가서 썩 괜찮은 시를 쓰는 제대로 된 조선족시인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이리라.
<한국 서지월시인/記> (2008년 9월 28일 저녁 8시 07분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