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긴 민족서정시를 줄곧 써오며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견서정시인인 서지월 시인이, 중국 길림성의 대형문예잡지 '장백산'이 주관한장백산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는 오탁번 시인(고려대 교수, 계간 시전문지 <시안> 주간)에 이어 서지월 시인이 두 번째 수상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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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시집인 '백도라지꽃의 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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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백산'은 길림성 민족사무위원회에서 관할하는 잡지로서, 중국의 우리말 간행물 가운데서 유일한 성급 대형문학지이다. 1980년 5월에 창간되어 22년을 내려오면서 중국 조선족 문학창작의 발전과 번영을 위하여 커다란 기여를 했다.
지난 2002년 12월 21일 중국 길림성 장춘시 동향호텔 대회의실에서 <長白山文學賞> 시상식이 열렸다. 수상자인 서지월 시인은, 이날 중국에서 간행된 수상시집 '백도라지꽃의 노래'(<白桔梗花之歌>, 료녕민족출판사)를 증정 받았다. 이날 한국 측 초청시인으로 김은결 시인과 정경진 시인이 참여했다.
'장백산모드모아문학'(세계문학상 부문)에 서지월 시인의 시 '백도라지꽃의 노래'가 된 것은 문학상의 경제후원을 중국 조선족기업가인 광주모드모아그룹 리성일 이사장의 도움으로 이뤄졌기에 상의 이름을 '장백산 모드모아문학상'이라 한 것.
이곳에서 선정되는 작품은, 겨레문학의 만남의 장으로서 2000년부터 중국 조선족 작가뿐만 아니라 세계 우리 민족 문학인이 중국과 관련되는 소재로 쓴 작품도 수상의 대상으로 하였다.
심사위원들은 "작자는 한국에서 시 창작 활동과 신인양성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는 시인으로서, 그의 중국 기행시는 흘러간 역사와 현실에 대한 깊은 감회와 생활 맛이 물씬 풍겨오는 언어로 독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장백산'은, 남영전 시인이 사장 겸 주필을 맡고 있는 격월간 대형문예잡지로 만주 일대의 조선족문학을 대변하는 역량 있는 대표적인 문예잡지다.
문학 분야 전체를 총망라해서 다양하게 작가들의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쳐 보여주고 있는데, 소설특집·시 특집·세계문학·이야기집·평론·미술촬영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한국시 특집'도 마련하고 있는데 한국시단과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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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서정시를 써온 서지월 시인.ⓒ 한성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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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월 시인은 '장백산' 문예잡지 2000년도 3기와 2001년 6기에 각각 시가 발표되었는데 2001년 6기(2001년 11월∼12월호)에 수록된 시 '백도라지 꽃의 노래' 외 5편이 2002년 '장백산문학상' 해외문학상 수상자에 선정된 것.
"우리 민족의 강인한 속성을 지닌 도라지꽃에 대한 애착도 애착이지만, '백도라지꽃의 노래'라는 내 시가 수상작으로 뽑힌 데 대해 이 인연이 내 생에서는 대단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필코 시인이 되어야겠다는 학창시절부터 우리 민족의 역사와 얼에 대해 늘 애착을 가졌습니다. 시인이 되고 나서도 늘 머리맡에 맑은 냉수 한 그릇 떠 놓듯 만주 땅에 대해 굉장한 매력을 갖고 있었지요."
서지월 시인은 이러한 민족애가 스며든 문학에 애착을 가지던 시절부터 써왔던 시를 묶어 시집 <素月의 산새는 지금도 우는가>(<시와 시학사>간,1994)를 내 바 있다.
"고구려의 터전인 만주 땅에 첫 발을 디딘 것은 1998년 여름의 일이었다. 그 후 몇 차례 다녀오며 더욱이 꿈 속에서도 잊지 못할 확고한 나의 정신사가 되었던 것이다. 그때 쓴 시가 <黑龍江에서 부르는 노래> 연작시인데, 몇 번 더 탐방하고 나서 한 권의 시집으로 묶을 요량이다. 수상시집 <백도라지 꽃의 노래>까지 조선어(중국소수민속어)로 간행해줘서 중국문단에 선보이게 된 일에 대해서 장백산문예잡지에 대해 더없이 감사하고 기쁩니다."
전화 인터뷰에서 들리는 구수한 대구 사투리는, 한복차림에 개성 강한(?) 머리 스타일이던(부스스하고 하늘로 뻗친) 서 시인의 모습을 저절로 떠오르게 했다.
백도라지꽃의 노래
내 마음 알리 뉘 있으리 말(馬)은 천리를 가고 물은 만리를 흐른다 하나, 길을 가다가 客死한 사람들의 발자국 이미 지워진지 오래 무덤 위에 핀 무덤꽃같은 흰옷 입고 입 맞추는 바람꽃 같은 내 마음 속 깊은 뜻 뉘라서 알리 오직 말 못하는 죄 하나로 코 박고 살아도 지나간 천년의 세월 서럽다 생각하기 전에 꽃대궁 밀어올려 말없는 잠 長天에 풀어내는 것을 어이타 나를 두고 떠나시는가 어느 집 문간에는 적막을 깨뜨리는 哭소리 차마 투정하듯 바라볼 뿐이네
(‘백도라지꽃의 노래’ 전문)
1955년생인 서지월 시인은 대구 달성에서 출생해 1985년 <심상>신인상에 시 '겨울 信號燈'으로 문단에 나섰다. 1986년 6월, <아동문예> 신인문학상 동시 '바람에 귀대이면', 1986년 8월, <한국문학> 신인작품상에 시 '朝鮮의 눈발'을 잇달아 당선돼 전업작가의 길을 걸어왔으며, 대구시인학교를 운영해 후학양성에도 힘써 많은 시인들을 배출했다.
시집 <꽃이 되었나 별이 되었나>(1988, 나남출판사) <江물과 빨랫줄>(1989, 문학사상사) <가난한 꽃>(1993, 도서출판 전망), <소월의 산새는 지금도 우는가>(1994, 시와 시학사), <팔조령에서의 별보기>(1996, 도서출판 중문) 등을 출간해 부지런하고 활발한 작품활동을 벌였다.
현재 경주대학교 사회교육원 문예창작과 주임교수이며 MBC문화센터 문예창작강좌 초빙강사, 현대시창작 전문강좌 <대구시인학교>지도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백두산에서 흘러내리는 삼형제 강! 서으론 압록강, 북으론 송화강 동으론 두만강이다 백두산할아버지는 압록강과 송화강 두만강 삼형제를 길러 길이길이 백의민족 역사 뻗어가라고 잘 길러 내었지 그 강가에서 목 놓아 울기도 했으며 말 달리기도 했건만 아버지의 아들 그 아들의 아들들, 어디로 가 엎드리었고 들풀만 돋아나 아우성같이 흔들리고 있는가 금 그으며 날아가는 새들의 날개짓 힐끔 내려다보곤 그냥 아무 일 없다는 듯 흘러가는 구름송이 그 어느 것에도 마음 달래 수는 없었다
(<三兄弟 江> 전문)
백두산에서 발원해 서해로 흘러들어가는 압록강과, 동해로 흘러들어가는 두만강, 그리고 만주 땅 전역을 통과해 흑룡강과 만나 동해로 흘러드는 송화강을 두고, 웅장했던 역사의 허무를 의인화해서 아픔을 노래하고 있는 '三兄弟 江'은, 시인이 민족의 뿌리를 내려 오천년 한민족 역사의 강으로 바라보고 있다.
"민족의 혼과 얼을 지키기 위해선 역사의식을 끊임없이 발휘해 시로 녹여낼 것입니다. 잃어버린 옛 땅에 민족의 혼이 남겨져 있고 이를 찾기 위해 나서는 나그네의 마음은 엄마를 찾는 그리움과 비교될까요?"
끈질기게 민족서정을 추구해온 서지월 시인의 말에서 그의 모습처럼 투박한 모습으로 (민족의) 혼불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