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한태익-두만강중상류의 기나긴 철조망옆을 지나며
[수필]한태익-두만강중상류의 기나긴 철조망옆을 지나며
두만강중상류의 기나긴 철조망옆을 지나며
한 태 익
내 생애에 이처럼 긴 철조망옆을 지나가기는 처음이다.삼합해관에서부터 두만강변을 따라 남평 호곡을 종점으로 정하고 오토바이는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내처 달리기만 했다.두만강디슭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철조망이 시원한 강바람과 달리 내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철조망 사이로 돼지죽물같은 두만강물이 유유히 흐르는데 강건너 조선땅 이름모를 마을 어느 집뜨락에 핀 해바라기꽃이 쨍쨍 내리쬐는 해빛을 받아 노랗게웃고 있었다. 삼합부터 남평까지의 두만강은 중상류로 분류할수 있을것이다. 이 구간에서 두만강을 발칵뒤집어놓은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그게 바로 모래속에서 철가루를 찾은 작업이다. 철조망안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을 보니 그들이 땀흘리는것이 동정가는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두만강변의 자연을 휘손시키는 장본인들처럼 생각되여 곱게 보이지 않았다.
얼마전에 만나 인연을 맺은 한국 서지월시인의 철조망과 달맞이꽃이란 시가 떠오른다.
<<언제부턴가 달맞이꽃이 철조망을 넘어다 보고 있었습니다. 철조망은 달맞이꽃이 자신을 의식하고 있는지, 아는 듯 모르는 듯 꿈이 푸른 옥수수밭 옥수숫대 키우기에 여념 없었습니다 휘돌아 흐르는 두만강은 반백년 넘도록 그대로인 물굽이를 이루며 수많은 잔돌들을 품안에 안았다 버렸다 하며 누워 흐르긴 마찬가지였습니다 달맞이꽃이 두만강 이쪽에서 철조망 저쪽을 목 빼들고 넘어다 보고 있습니다 철조망이 달맞이꽃을 가로막고 있는 것 보면 둘이서 해결할 일이 아닌 듯 싶습니다>>
서지월시인은 지난 6-7월에 장장 20박 21일동안 중국 동북기행을 하였다. 우의 시는, 바로 연변시인협회 주관 현지시창작체험기행이 훈춘시 영안현 농촌마을에서 실시되어서 배를 타고 들어가서 봉천도(奉天島)라는 두만강상의 섬이 생기게 되어 중국과 북한 국경지대의 철조망 아래 노란 달맞이꽃이 피어있는 풍경을 보고 읊은 것이다.
마음대로 넘어가고 넘어올 수 없는 철조망에 대한 회한과 말은 없으나 몸짓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한 달맞이꽃이 어쩌면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넘나들 수 없는 우리의 분단현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던 것이다. 달맞이꽃이 두만강 이쪽에서 철조망 저쪽을 목 빼들고 넘어다 보고 있는 현실에서 '철조망과 달맞이꽃' 둘이서 해결할 일이 아니라는데 촛점이 맞춰지는데 무슨 말인가. 철조망이 개인적인 입장으로 배려해 준다 해서 달맞이꽃이 넘어갈 수 있는 성격이 아닌 것이다. 국경지대이기에 이는 국가간의 팽팽한 대립으로 긴장의 선상에 놓여있기 때문인 것이다. 서시인의 시 창작동기이다.
내 마음도 서시인가 별 다를바가 아니다. 내 생애에 처음 이런 긴 철조망을 보아서 마음이 좀 불편했지만 두만강중상류의 아름다운 풍경이 이것을 많이 무마해주었다. 두만강바람을 맞으며 시야를 사방에 줄수 있는 오토바이에 앉아 두만강변 150키로를 드라이브한것이 내 마음을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넣었다. |